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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틀에 맞지 않아도 괜찮아요

태그
게시일
2024/08/08
01 틀에 맞지 않아도 괜찮아요
_자유롭고 의미롭게_기독교 신앙, 다시 생각해보기
종교를 생각하는 사람은 눈에 보이는 현실의 뒷면에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현실을 피하고 싶은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뒷 이야기’들도 궁금해하는 상상의 자유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이죠. 종교는 모든 질문들을 소중히 여기며, 삶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켜나가도록 돕고, 우리가 현실에 파묻히지 않을 수 있도록 자유롭게 합니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분방함이 불편해질 때, 사람들은 어떠한 ‘틀’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자기 혼자만 어떠한 강박에 빠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종교의 리더십이 엄격한 틀을 강요하고, 거기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하려 할 때, 종교는 사람들의 자유를 빼앗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20대 초반에 교회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만난 기독교 신앙의 친구들이 좋았고, 처음 다닌 교회도 너무 좋았습니다. 교사가 되고자 교대를 다니고 있었지만, 종교의 매력에 푹 빠졌던지라 신학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 와중에 주변에서 신학교를 권면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원래 종교 주제의 질문이 많았던 편이라 신학교를 가야겠다고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다니던 교회가 장로교였던지라, 서울에 있는 장로교신학교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수년간 신학을 공부하고, 교회에서 일을 하면서 장로교 목사가 되는 훈련에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저도 모르게 특정 교단의 틀에 맞는 맞춤형 목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현대신학의 바다에 빠져서 ‘신앙의 깊이와 넓이가 엄청나구나’라고 느꼈지만, 교단의 목사 라이선스를 갖는 순간 제가 교회현장에서 말할 수 있는 폭은 너무 좁아졌습니다. 교단의 위에 있는 분들이 ‘이것이 죄다’라고 명명하는 순간, 월급쟁이처럼 사는 목사는 교회에서도 똑같이 ‘이것이 죄입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되는 것이죠.
인생을 걸고, 더 큰 신비를 쫓아서 신학교를 왔는데도 그렇게 기계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교회를 시작했고, 뜻이 맞는 교회들이 연대하는 교회 간 연대망도 새롭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제도권의 교단 교회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제도권교회마다 아름다운 전통이 있고, 배울 점이 있습니다. 개신교 교회뿐만 아니라, 가톨릭교회, 성공회교회, 정교회 등도 모두 아름답고 소중한 교회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틀에 꼭 맞지 않아도 괜찮아요’라는 말을 해줄 수 있는 목소리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교회가 수천 년, 수백 년 전에 합의한 교리틀에만 의존하지 않더라도, 현대인들은 다른 방법으로 신앙의 고민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서점에 있는 탈-교단적인 다양한 신앙서적들, 유튜브의 종교 콘텐츠들을 보면서 충분히 자기만의 신앙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회운동을 하는 사람이기에 교회모임에 애정이 있지만, 솔직히 교회 없이 홀로 신앙생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점이나 유튜브 등등에서 신앙에 관한 콘텐츠를 찾아보려는 순간, 당황하실 수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저 또한 신학교에 가서 처음 공부할 때 들어보지 않았던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낯설다는 이유로 새로운 이야기들을 모두 문제가 있는 것으로만 생각한다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틀에 맞추어진 종교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이야기들의 진정성을 존중하면서 자기 삶의 여정에 어울리는 이야기들을 취사선택해 나갈 수 있게 된다면, 이제는 가야할 곳을 스스로 선택하는 ‘주체적인 종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앞으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하나의 가이드’ 일뿐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옵션 중에 몇 가지를 추천해 드리는 것뿐입니다. 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나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모아갈 때, 자유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의미를 찾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